한국의 할로윈 을파소의 세상보기


10월 31일은 할로윈데이이다.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즐기니까. 그것이 정말로 외국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라면, 국가간 문화교류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실제 할로윈 행사를 주체하는 측은 그렇게 말하지만, 왜 동남아나 중동권 국가 문화는 체험 안하고 미국 같은 강대국 문화만 체험하는 걸까?

하긴 우리 문화 체험도 안하는데, 무슨 제3세계 문화 체험을 하겠는가? 사실 우리에게도 할로윈에 해당한느 풍습이 있었다. 정월대보름 바로 다음날인 1월16일(당연히 음력)은 학국판 할로윈이라 할 수 있는 '도깨비날'이다.

몇달전 타계한 이규태의 저서 '한국인의 생활문화'를 보면, 이 날에는 서낭신이나 손각시 등 우리 국적 귀신은 물론이고 관운장이나 은나라를 멸망케 한 달기 귀신 등 중국 국적의 귀신들도 찾아왔다고 한다.

귀신들이 득실되는데 몸사리는 건 당연한 일. 그래서 이 날은 나들이도 삼가하고, 신발도 집안으로 들여놓고 , 대문에는 부적도 붙이고, 머리카락 태워 냄새 피우고, 대나무 태워서 폭음으로 귀신 놀래켜 좇았다고 한다. 요즘 같으면 대나무를 뿔곷놀이용 폭죽으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아마 귀신보다 이웃들이 더 먼저 놀라겠다.

전라도에서는 이 때 도깨비굿을 했다는데, 부인들의 생리혈이 묻은 속옷을 솟대에 걸고, 부인들이 치마를 들추며 춤을 추면서 마을을 돌아다녔다. 남자들은 물론 집안에만 있어야 했다. 여서으이 음기가 귀신들을 내쫏을 수 있다는 생각의 발로였다.

도깨비날의 고유풍습은 아니지만, 우리 탈중에는 방상시(氏)라는 것이 있다.  과거 궁중 의례 때 이 탈을 스고 악ㄱ귀를 쫓는 의식을 하였다.



이것이 방상시다. 잭오랜턴이야 많이들 봤지만 이건 아무래도 생소하다. 분명 우리 것임에도 불구하고.

할로윈이 아무리 상술이라고 떠들어봐야 즐길 사람은 즐길 것이다. 기업들은 마케팅에 이용하고, 소비자들은 거기에 부합하여 파티를 즐기는 게 이미 맛을 들였으니, 앞으로도 할로윈은 계속 지금처럼 즐길 것이다. 아니 지금도다 더 즐길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오늘 좀 심하다 싶은 기사를 하나 봤다.


할로윈데이 옷 차려입고 인사동 방문한 어린이들

놀이공원이나 호텔에서 할로윈 파티하는 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사동에서 할로윈이라니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인사동을 찾은 외국인이 보고 싶은 게 한국의 전통문화일까, 미국의 문화일까? 저 사진의 외국 여자는 재미있어하는 거 같아 보이지만, 굳이 인사동에서 보여줄 건 아니었다. 인사동에서 정작 보여줄 건 할로윈이 아니라 음력 1월 16일의 도깨비날이어야 하지 않을까?

핑백

  • – 이규태 | 깨몽 누리방(우리말 누리방) 2013-10-14 15:05:12 #

    ... </a> * 덧붙여, 우리 &#8216;도깨비 날&#8217;을 두고 쓴 글 &#8211; <a title="[http://history21.egloos.com/502861]로 이동합니다." target="_blank" href="http://history21.egloos.com/502861">한국의 할로윈 ... more

  • “할로윈 사대주의” &#8211; 이규태 | 깨몽 누리방(우리말 누리방) 2013-10-14 15:13:29 #

    ... 호기니 지신밟기등 그와 조금도 다름없는 세시놀이가 엄연히 있는데 그 지경이다. * 덧붙여, 우리 &#8216;도깨비 날&#8217;을 두고 쓴 글 &#8211; 한국의 할로윈 / 한국의 할로윈, 도깨비 날을 아시나요? / About these ads 이것을 평가하기:퍼나르기:Facebook트위터더전자우편PrintLinkedInS ... more

덧글

  • rezen 2006/10/31 23:53 #

    우리것에 너무 무관심하군요.
  • 벅스헤비 2006/11/01 00:15 #

    방상시 라는 저 탈 볼수록 매력이 있군요. 특히 네개의 눈이.
  • plody 2006/11/01 01:29 #

    저도 이제야 알았군요 ㅜㅜ 우리 문화도 잘 살려내면 재밋는 게 많을 텐데, 문화 컨텐츠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쪽이 블루오션이 아닐까요? ^^;
  • 상콤한어른 2006/11/01 11:30 #

    미국문화라면 작은것이라도 커보이는게 한국에서 바라보는 미국문화 아닐까요?
    그래도 아직 보수적인 대한민국에서 문화를 받아들인다는것은 시간 꽤나 걸릴일일테니깐요.
    아, 도깨비날, ㅎ 새로운 날을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하지만 제 주위 사람들 모두 모를일이니깐요;; 어떻게 알려주죠? ^^ ㅎㅎㅎ
  • 제절초 2006/11/01 12:23 #

    뭐, 방상씨도 한국 고유의 그건 아닙니다. 원래는 중국에서 와서 일본에도 전래되었지요. 네모진 방의 네 귀퉁이에는 귀신이 산다라는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는 신이구요. 음음. 일본에서는 네 방위를 창으로 찌르는 의식으로 변했다고 하네요. 중국하고 한국도 비슷하려나요.
  • 을파소 2006/11/01 14:27 #

    rezen/ 그게 현실이니 슬픕니다.

    벅스헤비/ 네 눈도 매력이지만 전 입가의 미소가 귀엽습니다.

    plody/ 찾아보면 우리 고유의 것 중에 재미있는 소재가 많습니다.

    상콤한어른/ 블로그를 이용하심이...^^

    제철초/ 요즘 사극에 잘 나오는 삼족오도 고구려만의 것이 아니듯, 중국에서 전래된 사례야 많으니까요.

    적어도 방상시는 기원이 중국에 있어도 우리 문화에 편입된 경우지만, 할로윈은 아직 그렇지 않죠.
  • 행인1 2006/11/01 17:21 #

    뭐 대통령부터 초딩에 이르끼까지 모두모두 무개념하게 놀고 있으니 딱히 놀랄 일은 아닙니다. ㅡ_ㅡ
  • Cynic 2006/11/02 19:36 #

    그림은 잘 못그립니다만, 어쨌든 만화를 즐겨 그리는 그림쟁이로서 한국적인 소재는 정말 매력있다고 생각합니다.
    도깨비날이란게 있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방상시는 알고는 있었지만 탈을 본건 또 처음이네요.
  • 프리저 2012/04/09 06:25 #

    삼국시대나 남북국시대, 고려시대의 유물과 복장에 대한 명확한 고증만 하시면 좋은 만화를 많이 그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만화가나 작가는 아니지만, 종종 한국적인 소재로 만든 재밌는 만화 없나 생각한답니다~ 한국에도 드래곤볼 버금가는 만화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방송심의 위원회에서 만화심의를 더 강화하겠다고 했던 걸로 아는데 아무래도 한국만화는 더 좋은 게 나오기 힘들 것 같네요.
  • 을파소 2006/11/03 21:19 #

    행인1/ 별로 놀라지는 않습니다. ㅡㅡ;

    Cynic/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리스나 북구신화처럼 우리 신화도 충분히 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 크릴새우 2007/02/04 20:28 # 삭제

    한국민속촌에 가면 볼만한 거 뭐 없나요?
    우리 역사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역사ㆍ문화탐방소 같은데요.
  • 을파소 2007/02/04 21:27 #

    죄송하지만 민속촌은 잘 모르겠습니다. ^^;
  • 글세요 2011/11/24 12:55 # 삭제

    '우리의 것'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의 것'이 가치가 있는 것은 우리가 그 문화를 실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지, 이미 공유하고 있지 않은 문화를 '우리가 가졌던 것'이라는 명분으로 '되살리는' 것은 결국 어떤 이유를 붙이건 단순히 지금 없는 것을 새로 도입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게 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것이건 과거로부터 들여오는 것이건 말입니다. 도깨비날을 되살리려 해서는 안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게 되살아나서 우리의 문화가 되면 나쁠 건 없죠. 하지만 할로윈은 '외국의 것'이고 도깨비날은 '우리의 것'이니까 마땅히 할로윈보다 도깨비날을 되살려야 하지 않느냐는 식의 주장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 동남아나 중동의 문화는 체험하지 않느냐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남아나 중동의 행사가 할로윈만큼 좋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들여오려고 노력하면 될 일입니다. 문화란 들어오면 들어오는 것이고 안 들어오면 안 들어오는 것이지 형평성을 따져서 같은 만큼 도입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할로윈 행사를 하자는 사람에게 동남아의 행사도 들여와라 말아라 요구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런 요구는 한국에는 왜 짐바브웨 요리를 파는 곳은 없으면서 중국집만 이렇게 많으냐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짐바브웨 요리가 좋으면 자기가 짐바브웨 요리를 파는 가게를 차리건 말건 하면 될 일이지 중국집 운영하는 사람을 탓하겠습니까?
  • 프리저 2012/04/09 06:29 #

    이규태 님은 한국인의 버릇이라는 책을 쓰신 분이었는데 타계하셨다니 안타깝습니다ㅠㅠ 까페에서 조금이나마 책 내용을 읽었는데 정말 지금도 딱 들어맞는 말씀만 해주셨더군요. 여러 가지 좋은 비유를 들어서 궁금증이 싹 해결되게 해주셨는데 2000년대 들어서 유독 별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2011 이글루스 TOP 100

유사역사학 방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