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본격 비판 사극에 대한 잡상들

<나랏말싸미>를 직접 보았다. 듣던대로 역사왜곡이 가득한 영화였다. 그런데 영화는 영화일 뿐, 상상력을 제한하지 마라 같은 식으로 영화를 비호하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그렇게 봐줄 수준일까?

1. 영화 시작전 자막이 나오니 괜찮다.

분명 시작할 때 ‘훈민정음의 다양한 창제설 가운데 하나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라고 자막은 나온다. 그러므로 비호하는 자들은 문제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틀렸다. 자막 자체가 틀렸다

'훈민정음의 다양한 창제설 가운데 하나'

이 말은 훈민정음 창제에 대해서 '다양한 주장'이 있으며 신미 창제설도 '그 중 하나' 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 다양한 주장이 대등한 느낌도 준다.

그러나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직접 창제한 것이 확고한 정설이다. 이미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혜례본으로 세종이 직접 창제한 것이 명백히 기록되고, 정인지나 신숙주 등의 당대인이자 집현전 출신에 훈민정음 관계자들도 세종이 창제자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다양한 창제설이 있겠는가? 세종 친제 이외엔 가설도 못 되는 낭설에 불과하다. 고로 자막 자체가 틀렸으므로 자막 넣었으니 괜찮다 라는 말도 틀렸다.

그나마의 자막도 감독은 넣고 싶지 않았다고 개봉전부터 밝혔다. 감독은 신미 창제설을 믿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자막을 넣었을 뿐이고, 그마저 틀린 자막이므로 이건 면죄부가 안 된다.

역사강사 심용환은 "매번 벌어지는 '영화의 역사왜곡 논쟁'이 과연 '역사적 진실'과 '악의적 왜곡'과의 싸움인가, 아니면 '대중 통념'과 '감독의 허구적 상상력' 사이의 갈등인가"라고 영화에 대한 비판에 반박하였던데, 이 역시 세종친제는 통념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점에서 핀트가 어긋났다. 작금 영화에 대한 비판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세종친제를 부정하는 것이니까.

2. 영화적 상상력이 중요하다?
(일단 이 부분은 사견일 수 밖에 없는 점은 인정한다)

팩트로는 반론이 안 되니 영화적 상상력이 중요하므로 비판이 온당치 않다는 변호도 등장했다. 그런데 과연 상상력은 잘 발휘했는가?

나랏말싸미 속 유자들은 어떠한가? 일본 승려들이 팔만대장경을 달라고 하자 세종은 반대하지만 대신들은 숭유억불하니 그냥 주자고 말하던 걸 신미가 해결한다. 실제로는 대신들은 중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한번 주면 나중엔 주면 안 될 물건도 요구할 수 있으니 안 된다고 반대했다.

대신들은 교태전에서 염불소리가 난다는 소문이 있다며 수색을 주장하고 중전은 탄핵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한다. 한글 창제에 무조건 반대하는 건 당연. 정인지 조차 반대하다가 불교의 흔적을 지우려고 마지못해 혜례본을 편집하고 서문을 쓸 뿐. 다른 대신들은 세종이 혜례본을 하사한 걸 그대로 두고 단체 퇴장하고, 고약해만이 들고 나간다. 

즉, 이 영화는 성리학이 교조화되기 전이고 왕권은 강한 세종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유자들은 그냥 수구꼰대기득권 사대주의자에 무능할 뿐인데 군약신강인, 전혀 시대에 안 맞는 클리셰만 답습한다.

고증 비판 많던 대왕 세종도, 고증 따지는 게 무의미한 뿌리깊은 나무조차도 최만리 등 한글창제 반대 측을 이렇게 단순하게 묘사하지는 않았다. 최만리를 단순한 수꼴이 아니라, 대왕 세종은 세종의 동지에서 점차 변모하여 자신의 신념을 위해 대립하고, 뿌나의 최만리는 세종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허투루 만든 문자가 아닐 게 분명해서 더 반대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무런 고민없이 사대부는 꼰대니까 반대한다. 그게 끝이다.

심지어 최만리 등을 투옥한 부분도 안 나온다. 생전에 해동요순 소리 듣던 세종이지만 대신들에겐 아무런 존경심도 없다. 이렇데 단순하게 만든 영화가 '상상력'으로 변호받아도 되나? 관상 같은 영화야 말로 역사왜곡 안 하면서도 상상력을 잘 발휘했지, 나랏말싸미는 전혀 아니다.

이 영화가 이토록 엉망이 된건, 오로지 신미를 띄우기 위해서다. 신미를 띄우기 위해 사대부는 불교를 억압하지만 기득권만 유지하고 무능한 집단이 되고, 세종은 백성은 사랑하고 소싯적에 기하학 좀 했지만 신미와 그 제자들 도움없인 문자에 아무런 진전도 없고 창제 과정에서도 약간의 아이디어 제시와 검수만 할 뿐에 신하들이 무시해도 어쩌지 못하는 나약한 왕일 뿐이며, 수양과 안평은 그냥 들러리며 대리청정 하고 있어야 할 세자는 뭐하는지도 모르겠고. 

유일하게 무시당하지 않은 건 소헌왕후 뿐이다. 소헌왕후가 역할을 부여받는 건 역사에 나온 건 아닝도 영화적 허용으로 봐줄 정도라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영화의 기본 전제가 틀려 있다보니 빛이 바랜다.

소헌왕후를 제외한 모두를 깎아내리면서 신미는 역적의 자식이자 천대받는 중이란 신분으로 사실상 한글 창제를 주도하는 인물이 된다.

그러나 세종은 친히 문자를 창제한 능력자이자 함부로 옥사를 하지 않을 뿐 강한 왕권을 가진 왕이었으며, 세종대의 대신 관료는 인재풀이 넘쳤으며 세자는 아버지를 닮아 대리청정하면서 능력을 보이고, 수양과 안평도 인성은 별개로 한 능력하는 왕자들이었다. 하지만 신미는 수양 안평과 친한 승려일 뿐이었고, 한글 창제 후인 1446년에서 세종은 그의 존재를 알았다. 신미가 이 능력자와 인재들 사이에서 한글 창제에 관여할 일은 없었다. 결국 영화에서 신미를 띄우려면 억지로 문자 창제이 끼워 넣으면서 다른 모두를 깎아 내려야 했다. 실제 역사를 완전히 무시하지 않고는 신미를 기릴 수 없던 것, 여기서 역사도 왜곡하지만 상상력도 빈곤했던 게 드러난다.

뿌리깊은 나무를 보자. 이건 정말 다시 말하지만 고증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 밀본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고 문자 반포 막는다고 세종 암살 시도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도 세종이 직접 한글을 창제했다는 역사의 틀은 유지했다. 대신 조력자들이 여럿 붙긴 했는데, 그 조력자들의 신분은 왕자, 일부 집현전 학사, 내금위장, 궁녀, 겸사복이다. 허구지만 만일 세종이 한글 창제할 때 조력자가 있었다고 하면, 하나같이 왕의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니 과장된 면은 있어도 그럴싸한 정도는 된다. 게다가 이 조력자 대부분은 허구 인물, 실존인물인 광평대군도 실제와 사망시기를 다르게 해서 사실상 가상인물화 되어 제대로 실존인물은 정인지, 성삼문, 박팽년만 남는다. 여기서도 처음부터 문자 창제 전모를 안 건 정인지 뿐이고 성삼문 박팽년은 처음엔 자기들이 문자 창제 작업에 참여 중인줄도 몰랐다. 세종 친제란 역사적 사실은 유지하되 그럴싸하게 조력자를 만들면서도 대부분이 가상 인물이니 자유롭게 극을 전개해도 별반 문제가 없었다.

나랏말싸미는 세종 친제란 역사적 사실 자체를 파괴하면서 어쨌든 실존인물인 신미를 주인공으로 끌어들이면서 그를 띄우기 위해 다른 실존인물들을 무능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 묘사도 식상한 클리셰의 반복일 뿐 고민의 흔적은 없다. 아 보통은 세종의 조력자인 정인지조차 반대하다가 마지못해 훈민정음 작업한 건 참신하다.

결국 나랏말싸미는 시작할 때 자막조차도 틀리고 역사는 왜곡하면서 상상력은 빈곤한 졸작이다. 그냥 절간에서만 틀어주는 게 낫겠다.

ps: 세종은 애처가고 세자인 문종은 효자였다. 차남 수양도 효자였다. 누차 말하지만 왕권도 강할 때였다. 그런데 중전을 '탄핵'할 수도 있다고? 지금 죽을까 몇년 후에 죽을까 하는 소리다.
ps2: 일본 승려들이 '정종' 때 한 약속대로 팔만대장경판 달라는 건 관객이 '공정왕'을 모를까봐 그럴 수 있다 치자. 하지만 ㄱ 으로 시작하는 단어 말하는데 '고구마'가 나오면 어쩌냐?

덧글

  • 2019/07/28 01: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7/28 01: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역사관심 2019/07/28 04:48 # 답글

    "이 말은 훈민정음 창제에 대해서 '다양한 주장'이 있으며 신미 창제설도 '그 중 하나' 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 다양한 주장이 대등한 느낌도 준다. 그러나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직접 창제한 것이 확고한 정설이다."
    >> 이게 정답이죠. 더군다나 신미창제설은 그 원본자체가 위조라는 게 알려졌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 1111 2019/07/28 06:49 # 삭제 답글

    아니 고구마라는 단어가 나와요?????
  • 황제 2019/07/30 09:03 # 답글

    역사 왜곡이 일본과 중국을 능가하는 수준.... 불교계에 대한 신성모독이다. 개독을 넘어선 개불.....
  • paro1923 2019/08/06 03:34 # 삭제 답글

    송강호는 이런 영화에 출연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송강호 필모그래피 빨 아니었으면 주목도 받지 못했을 쓰레기.
  • 신나는 좀비 2019/08/11 03:28 # 답글

    고구마나 감자 모두 세종대왕 시기에는 없던 작물이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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