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 문제에 대한 잡상- 민족대표 33인에 덧붙여 김성일
김성일 관련 포스팅할 때 대부분 덧붙이던 게 비판은 할 수 있다는 전제였다. 그런데 설민석을 비판한 건 김성일을 비판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논점으로 비판을 하여 비판이 아닌 매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사료에 근거하여 자기 주장을 내세워 비판하였다면, 비판했다는 행위 자체는 내가 뭐라 할 이유가 없지.
욕을 해도 제대로 하란 거다.
덧글
그리고 추가로 설명하자면 정도전은 서얼이든 비서얼이든 향리의 큰 축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서얼이 정도전같은 인간만 있는게 아니라서 서얼금고법을 내세운 것도 참 미련하죠. 서얼은 어느 정도 키워서 향리들을 대규모로 전멸시키는 것으로 나가야죠. 정도전은 서얼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무신정권기와 총선왕기 권문세가들 밥줄인 "재상" 을 조선대에 실현시키려고 했죠.. 조선이 무슨 무신정권도 아니고 재상지종하던 시기도 아니고, 고려를 말아먹고 망친 인간들이 정중부, 이의민과 권문세가의 재상들인데? 조선이 고려시대던가요? 제가 묻고 싶네요. 자긴 이숭인 선생을 죽이고 스승마저도 죽일려다가 태조가 말렸는데, 그게 민본의 정신이던가요? 민본이라는게 자기 친구 죽이고 스상까지 죽이라고 민초들에게 가르치는게 민본인가요? 민초들은 스승 없나요? 친구 없나요?
그 이방원이 무신정권 일하나 기억못할 바보왕인가요?
그리고 이방원이 정도전을 처리할 수밖에 없죠. 아버지 따라다니며 고생한 형님 놔두고 막내가 왕이 되는데 누구라도 그걸 추진한 놈 가만 안두죠.
차분한 대응을 하기를 원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차분하게건 어떻게건 대응을 하려면 일본이 쳐들어온다는 것을 공론화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기 개인 재산으로 은밀하게 전쟁 준비라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갑자기 불이 났다고 하면 분명히 사람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겠지만, 차분하게 대응하게 하겠답시고 화재 경보를 끄고 불이 안 났다고 방송한다면 그건 방화범의 공범이라고 봐야지 사람들을 '차분하게' 대피시키려는 자세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정말 차분한 대응을 원했다면 공식적으로 전쟁의 위험을 보고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안심을 시키는 게 정상이지, 공식적으로는 절대 일본이 쳐들어오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뒤에서는 일본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다니는 게 정상이겠습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김성일은 그냥 머리가 돌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이 때 정사인 황윤길과 기타 서인들이 일본이 분명히 침략해올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김성일을 비롯한 동인들은 조정에서 "서인들이 세력을 잃었기 때문에 인심을 요란시키는 것이다"라는 인신공격을 함으로써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런 전개를 보더라도 김성일과 다른 동인들은 이 문제를 명백하게 당쟁과 연결시키고 있었습니다. 김성일이 황당한 태도를 보인 이유로 당쟁을 지목하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민석의 태도에서 큰 문제는 찾기 어렵습니다. 학술적인 문서라면 인용된 표현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서술해야겠지만, 교양 강의에서 "A는 B때문에 그렇게 했다" 를 "A는 B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했다"로 잘못 말하는 정도는 대단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을파소님의 생각대로 김성일의 발언이 당쟁과 관계없는 것이라면 설민석의 강의는 잘못된 것이겠지만, 김성일이 실제로 당쟁 때문에 그런 발언을 했다고 보는 이상 설민석의 해당 발언에 대단한 문제가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런 문구 하나하나를 잡고 늘어지면서 어떻게든 김성일의 인격은 훌륭했다는 결론으로 몰고 가려는 것보다는 김성일이 전쟁이 없다고 헛소리를 한 게 당쟁 때문이라는 쪽이 훨씬 식견이 낫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님이 말한 화재를 예로 들면, 불이 났어 큰일이야 우린 죽었어 호들갑만 뜨는 게 아니라 이 건물에 불이 났으니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마시고 비상계단으로 침착하게 대피하세요 라고 안내하는 게 차분한 대응입니다. 차분하다의 뜻이 조용히 아무 말도 안 한다로 아세요?
게다가 사실 김성일의 발언에도 조선은 전쟁준비를 나름대로 했습니다. 문제는 나름대료 예견한 것 이상의 규모로 전쟁이 났다는 겁니다. 해일에 대비해 방파제 만들었더니 쓰나미가 온 수준입니다.
몇번을 말하지만 김성일 비판 하고 싶으면 하세요. 하지만 근거에 맞게 논점을 제대로 잡고 하라고요. 제가 김성일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짜맞춘다고요? 김성일이 인격자라는 정도는 학계에도 그리고 조선시대에도 나온 평가인걸요. 심지어 서인이나 노론이 손을 댄 기록에서도요. 인격자라도 한순간 오판을 할 수도 있고, 그럼 인격자라도 비판받아야죠. 김성일은 이순신의 발탁도 반대한 적 있는데, 나름대로 원칙론이었다 해도 결과적으론 큰일날 뻔한 일이니, 비상한 시국엔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한데, 그게 부족했다고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오판에 대해 비판해야지, 인격자가 야비한 인간이라고 하면 그게 매도죠.
설민석이야 말로 초심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하면서 초심을 잃은 사례로 억지로 김성일을 끌어온 겁니다. 단순한 문구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평가를 무시하는 거기에, 그리고 파급력이 큰 방송이라 더 비판받아야 하는 거고요.
김성일의 다른 곳에서의 인격 문제도 별 관계가 없습니다. 조지아의 인간백정도 인격적으로 훌륭해 보이는 에피소드들은 얼마든지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게 스탈린의 (대숙청을 포함한) 모든 정치적 행위가 훌륭한 인격의 발로라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김성일의 인격에 훌륭한 부분이 있었건 없었건 그게 일본의 동정에 대해 보고하면서 헛소리를 한 것도 다 고매한 인격자로서의 행동이지 당쟁 때문이 아니라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긴 정철이 당쟁 따위에 몰두했을 리가 없다는 괴이한 주장도 가능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을파소님은 "김성일은 당쟁 때문에 나라를 말아먹을 소리를 했다"는 주장을 "김성일을 욕하고 싶어서 하는 말"로 해석한 후 "다른 걸로 욕하면 된다"는 해결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성일이 헛소리한 게 당쟁 때문이라는 것과 다른 문제로 김성일을 욕할 수 있다는 건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박근혜라면 관계가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을파소님의 태도는 환빠보다 나을 게 없습니다. 자기 주장에 대한 반박이 들어오면 그것을 "한국사를 폄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 후 "누가 한국사 욕하지 말래? 조선을 까라니까. 이씨조선에 깔 거 많아." 라고 말하는 환빠들 말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환빠들은 한국고대사 전체를 포장하려고 하고 을파소님은 김성일이라는 개인을 포장하는 것 뿐입니다. 그렇게 개인을 포장하는 게 고대사 전체를 포장하는 것보다 훌륭하다고 볼 이유가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신은 성일과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처지인데 그때 함께 정원에 있으면서 물어보았더니, 성일도 깊이 걱정하였습니다. 다만 ‘남쪽 지방 인심이 먼저 요동하니, 내가 비록 장담해서 진정시켜도 오히려 의심을 풀지 않을 것이다.’ 하였습니다. 그의 말은 이를 염려한 것이니, 어전(御前)에서 아뢴 것은 반드시 잘못 계달(啓達)한 것일 것입니다."
선조수정실록 일부. 내가 결론 짜뭊찬두 하기 전에 당대에 무슨 말 햇는지나 보시죠. 무려 스탈린에게까지비유하는 사람의 생각이 바뀌진 않겠지만.
이항복의 말은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이항복이 전달하는 사실관계는 김성일이 일본이 침략해 올 것을 알면서도 헛소리를 한 것이고 그에 대해서 김성일 본인은 민심을 걱정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늘어놓았다는 것 뿐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걸 이유라고 갖다붙이기에는 너무 황당하기 때문에 당쟁 때문이라는 쪽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 아닙니까? 김성일의 변명을 이항복을 통해서 다시 확인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니면 김성일도 깊이 걱정했다고 하니 이런 인격자가 당쟁 때문에 헛소리를 할 리가 없다고 다시 주장해 보시겠습니까? 김성일의 헛소리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김성일이 일본이 쳐들어올 것을 알고도 헛소리를 했다는 것이지, '오판'을 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이 쳐들어올 것을 알고 걱정했다, 그건 비판론을 뒷받침하는 근거이지 반대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을파소님이 한 번 언급하신 '오판' 운운에 대한 반대근거가 될 뿐입니다.
을파소님은 자기가 지금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겁니까? 을파소님은 김성일이 헛소리를 한 것이 당쟁 때문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가능하다" 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당쟁 때문이 아닌 게 "확실하며", 따라서 당쟁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인격적으로 비난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주장을 하면서 기껏 근거랍시고 내미는 게 이항복 개인이 김성일을 변호하면서 내놓은 추측입니까? 이항복이 그런 변명을 해 준 것으로 보면 적어도 당대에 그런 시각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게 정말 타당한 소리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항복의 말을 신나게 퍼나르기 전에 한 번이라도 비판적으로 읽어봤다면 을파소님 본인도 쉽게 파악했을 문제입니다.
더구나 김성일은 단순히 이 때 보고만 그렇게 한 게 아니고 전쟁 준비를 적극적으로 방해하기까지 했습니다. 전쟁을 걱정하면서 단지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거짓 보고를 한 사람이 전쟁 준비를 방해한다? 그게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 지난 임진년에는 김성일(金誠一) 등이 사설(邪說)을 주창(主唱)하여 왜노는 염려할 것이 없다고 하고 내가 너무 염려한다고 비난하면서 변방의 방비에 뜻을 둔 자를 서로 배척하여 순변사(巡邊使) 이일(李鎰)을 보내자는 것을 파기하기까지 하였다.
민심 부분도 그렇습니다. 당시 경상도 사대부들이 ('농민'이 아닙니다. 분명히 해 둡시다.) 민폐를 운운하면서 전쟁 준비를 강하게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을파소님도 아실 겁니다. 정말 전쟁이 날 것을 염려하면서 단지 민심을 걱정했을 뿐이라면, 남인이자 경상도 출신인 김성일은 이들을 달래며 전쟁 준비에 협조하는 게 당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성일은 오히려 전쟁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이들에게 호응했을 뿐입니다. 김성일이 민심을 걱정했다고요? 그의 행각은 오히려 민심을 부추기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 김성일(金誠一)을 경상 우병사로 삼았다. 당시 조대곤(曺大坤)이 노병(老病)으로 체직되자 특지(特旨)로 김성일을 대신하게 한 것이다. 대체로 성일은 항상 말하기를 ‘왜노는 틀림없이 침략해 오지 않을 것이며 온다 해도 걱정할 것이 못된다.’고 하였으며, 또 차자(箚子)를 올려 영남에서 성을 쌓고 군사를 훈련시키는 폐단을 논하였다. 그런데 경상 감사 김수(金睟)가 장계하기를 ‘성을 쌓는 역사에 대해 도내(道內)의 사대부들이 번거로운 폐단을 싫어한 나머지 이의(異議)를 제기하는 바람에 저지되고 있다.’ 하였으므로, 상이 이 때문에 성일이 논한 것을 곧지 못하다고 하여 마침내 이런 임명이 있게 된 것이다. 비변사가 ‘성일은 유신(儒臣)이라서 이러한 때에 변방 장수의 직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아뢰었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즉 일본에 대한 조정에서의 김성일은 공식적인 보고에서 헛소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 분명히 쳐들어 올 것이라고 반박하는 황윤길에게 당신은 당쟁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라며 적반하장격으로 입을 막았고, 전쟁 준비에 대한 사보타주에 호응했을 뿐만 아니라 순변사를 내려보내는 등의 조치에도 적극적으로 방해를 했습니다. 이게 일본이 쳐들어올 것을 걱정하면서도 민심을 걱정해서 짐짓 일본이 안 쳐들어온다고 말한 사람의 자세입니까?
고작 이항복 및 기타 동인들(찾아보면 얼마든지 찾을 수는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였으니까요.)의 '추측' 및 '평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그의 모든 행적에 대해서는 눈을 감겠다는 겁니까? 아니 그것도 모자라서 마땅히 그렇게 눈을 감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초심을 잃었다느니 식견에 개견자를 쓰겠다느니 하면서 인격을 비난해야겠다고 말하는 겁니까?
갈석산에 대한 문구를 금과옥조처럼 받들어 모시는 환빠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합니까? 그래도 갈석산에 대한 설명은 어쨌든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항복의 말은 그 자체로도 추측에 불과합니다. 억지로 한 쪽을 고른다고 하면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에 의존하는 쪽이 그나마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김성일이 전쟁 준비 반대하는 걸 모를 줄 아십니까? 누차 강조한 게 그 이유가 당쟁 때문이냐는 겁니다. 경상도에 성곽 쌓을 때 조정도 동인 주도, 성곽 보수하던 경상감사 김수도 동인입니다. 그리고 김성일은 유성룡의 지인인 이순신의 전라좌수사 기용도 반대했습니다. 이게 당쟁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의 면모일까요.
그냥 이정도로 해두겠습니다.
말씀하신 이순신의 기용 반대는 당쟁 이외에 무엇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순신이 민심에 더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건 납득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김성일이 진심으로 전쟁이 안 날 것이라고 오판했다면 말이 되지만, 직접 인용하신 이항복(과 류성룡 등)에게 한 말 때문에 그렇게도 볼 수 없습니다. 경상도에서 성곽을 쌓을 때의 조정을 동인이 주도했다고 해서 동인이 전쟁 준비를 주도한 것도 아니고요.
어쨌든 피차 할 말은 다 한 것 같고 을파소님도 이 정도에서 그만하신다고 하니 저도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서의 글들에서의 무례한 표현들은 사과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