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 강의, '민족대표 33인' 폄훼"…후손들 반발
이 일에 대해 드는 생각은 터질 게 터졌다는 거다. 또 다른 생각은 진작 터졌어야 할 문제라는 거고.
이 기사에 대해 설민석도 나름대로 해명은 했으나 근본적으로 자신이 잘못했다곤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해석의 관점으로 규정하려 든다. 그러나 이게 그런 문제인가?
3.1운동 당일 민족대표 33인은 그저 룸살롱에 모여 기생 끼고 술마시다가 전화 걸어 스스로 잡혀간 게 아니다. 일단 3.1운동의 시작에는 분명히 민족대표의 역할이 컸으며, 이들은 피해 방지 등의 생각으로 별도 장소인 태화관에 모인 후 스스로 전화하는 걸 선택했다. 물론 이 행동에 대해서도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비판적 생각을 할 순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민족대표가 룸살롱에 모여 놀다 잡혀갔다는 식의 언급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설민석이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게 처음은 아니다. 그는 김성일에 대해 이런 강의를 한 바 있다. 김성일은 통신사로 다녀온 후 서인이 전쟁난다고 하니 반대로 말했으며, 다른 동인이 물어도 전쟁은 나지만 "서인이 쳐들어 온다고 하니 반대로 말해야지."라고 말했다고 강의 중에 단언하였다. 그래서 그를 민본을 잊은 위정자의 대표 격인 양 말했다. 그러나 김성일은 전쟁 발발 의견에 반대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그의 방식대로 백성과 나라를 생각한 것이었으며, 유성룡이 물었을 때 그런 뜻으로 답한다. 그리고 전쟁이 나자 초유사로 임명되어 경상도에서 여러 활동을 하면서 김수와 곽재우의 갈등도 해결하는 등 여러 공을 세웠다. 그런 사람이 민본을 잊고 반대를 위해 만대만 한 사람이고, 다른 동인이 물으니 서인이 쳐들어 온다니 반대해야지 라고 말했다고? 대관절 어느 사료에 나온 말인가?
이 강의에 대해선 이미 포스팅 한 바 있다.(1, 2) 하지만 이런 변방의 한미한 블로그에 올린 포스팅이야 세상에 별 영향을 줄리 없고, 설민석은 같은 방식으로 강의하다가 이번에 제대로 걸린 것이다.
이번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것이나 김성일에 대한 것이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그들의 행적을 비판할 수도 있으나, 설민석은 비판의 방향이 잘못 되었다. 김성일과 민족대표 33인은 분명히 자신의 신념에 맞추어 행동하였다. 물론 신념 자체가 어긋난 경우도 있지만, 이들의 신념은 그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신념에 따른 행동이라도 결과가 항상 좋을 순 없으니 이것도 비판은 할 수 이다. 그러나 처음의 뜻부터 어긋난 것과 분명 옳은 신념에 따랐으나 일이 뜻대로만 되지 않은 건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설민석은 이들을 그냥 소인배 정도로 묘사하였다. 이는 분명 잘못된 방향의 비판, 아니 매도다. 그리고 사실 김성일과 민족대표들이 그 날과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역사의 방향이 얼마나 달라졌을지도 의문이고.
둘째, 이 두 강의에 드러난 관점은 엘리트나 지배층은 무능하고 타락했지만 민중은 나라를 위해 몸 바쳤단 이분법적 생각을 담고 있다. 설민석의 임진왜란 강의는 이순신 외에 왕과 양반은 도망가고, 백성은 의병을 일으켯으며 3.1운동도 민족대표는 룸살롱에서 스스로 잡혀가고 민중이 운동을 주도했단 생각을 담고 있으니. 그러나 임진왜란 의병장들은 양반이고, 조정에서 일 열심히 한 유성룡, 이항복, 이덕형, 이원익 등도 양반이고, 이순신도 양반이다. 3.1운동도 그렇게 시작한 것은 앞서 말했듯이 민족대표들의 영향 덕분이었다. 물론 임진왜란 때 자기 일을 하지 않은 비겁한 양반도 있었으나 백성들 중에도 도망치거나 아예 순왜가 된 이도 있으니 지배층은 무능에 도망, 백성은 저항이란 이분법적 도식은 맞지 않다. 3.1운동도 민족대표 중 변절자도 나왔으나 설민석 기사에도 덧글로 달리는 대부분이 변절햇다는 말은 사실이 아님을 초록불님이 포스팅 하신바 있다.(링크) 그들 역시 잘 먹고 잘 산 게 아니라 많은 고초를 겪었거늘, 비겁한 엘리트로 치부할 수 있겠는가?
설민석은 강의력은 좋지만 그냥 강사가 아닌 대중 앞에 한국사 전문가로 자처하기엔 부족하다. 그러나 무한도전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를 전문가인 양 찾아가서 방송에 내보내고, 띄워 주면서 그는 지나치게 단순화한 강의로 무리수를 던져 왔고, 그간 부각이 안 되다가 이제서야 크게 터진 것이다. 사실 저 김성일 강의, 그 밖에 다른 강의에서의 오류를 생각하면 최진기의 동양화 강의 오류 때 그의 문제도 알려졌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대중에게 알려진 것이다. 그나마도 민족대표 대부분이 변절자라고 믿거나, 설민석을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팬들은 아직도 변호만 하고.
이참에 설민석은 그냥 강사로 돌아가면 좋겠으나...최진기도 작년 동양화 강의 오류 후 방송만 중단했지 책은 계속 팔고 인터넷 강의는 지속하고 있으니 설민석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이 기회에 그의 문제를 더 알려 조금이라도 이를 깨닫는 사람들이 늘기를 바란다.
추가: 설민석이 민족대표 33인 대부분 변절했다는 말도 했었단다 (기사링크) 이 내용은 이미 초록불님 포스팅 링크를 걸었으니....
덧글
다 변잘했다식의 발언은 문제가 되지만, 사실들을 묻어둔 채 설민석만 잘못됐다도 아니라 봅니다
그렇다고 절대 비판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비판은 그들의 판단이 옳았는 가를 띠지는 것이라야 하지 무턱대고 비히하는 것이 어서는 안 됩니다. 이건 김성일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사실이 아닌 민족대표 대부분 변절 같은 말까지 한 점에서 설민석은 제가 말한 제대로 된 의도의 비판을 한 게 아님을 볼 수 있어 그에 대한 비판은 필요합니다.
덤으로 관련 기사에 올라온 댓글 보니 신 모 교수의 책에 나온 내용들을 어디어디서 접하고 올린 모양인데...그 자료가 되는 일본총독부관련문서들이나 당시 각종 설들 상당수가 총독부측에서 만들어 배포했다는 의혹을 사는 것들인 점도 생각해야죠.
설민석이 노량진쪽에서 유명한 거로 아는데 잘 가르쳐서 유명하다기 보다는 이빨로 유명한 부류더군요. 정확하게 가르쳐서 점수를 올리기 보다는 구라와 과장을 섞어가며 수강생들 집중하게 만드는 스타일. 이런 강사가 좀 있죠. 아무래도 듣기 쉬우니 인기도 있고요. 원 전공자가 아니라 한계가 뚜렷하니 언젠간 밑바닥 드러낼 수 밖에 없죠. 터질 게 터진 겁니다. 가만 보면 이런 스타일은 수강생들도 입문이나 기초 강의만 듣고 다른 강사 찾아가는 경우도 꽤 많죠.
여담입니다만 학부부터 시작해 대학원까지 사학전공한 강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딱 이 부류더군요. 집안에 빚이 있어 돈벌려고 지도교수에게 쌍욕 처먹으면서 연 끊기는 거 감수하고 학원강사로 들어간 케이스가 의외로 꽤 되던데요. 이 사람들은 학문적 자존심 때문인지 틀린거 가르치는 것 자체를 용납 못하는 부류라 설민석 같은 강사의 존재 자체를 도발 혹은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더군요.
학원강사로서는 재미있게 강의하는 건 나쁘지 않다곤 생각했는데, 거기서도 생각만큼 좋은 강사이진 않나 보군요. 그런데 팬들은 설민석을 싫어하는 전공자 출신 강사들을 시기하는 사람들로 여길 겁니다. 재미있게 가르치는데 사실도 맞게 잘 가르치는 데도 그러면 시기가 맞지만, 사실이 틀리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고 말이죠.
그건 그렇고 설민석, 언젠간 이렇게 될 줄 알았지.
공무원계 최고 학원인 공단기의 1타 강사 전한길,
고대 사학과 학사,석사,박사 출신의 신영식
수능시장에서도 엄청 유명한 고종훈,강만성..
이런 사람들이 공무원 수험 한국사 수강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설민석이 태건애듀라는 인강업체를 운영하기는 하지만 공단기의 지분과 비교하면 급이 한창 딸리죠
설민석쯤 되면 월 수입이 억단위입니다 (....)
적어도 돈이라는 측면으로는 부족할 거 없는 사람이예요. 강사로서 한계를 느낄 이유는 아마 없을 겁니다.
게다가 앞으로 역사교육이 강화될 예정이니 향후 시장전망도 좋은 편이예요.
민족대표가 아무리 멍청하게 행동했다지만 저 따위로.......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계속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그런 추론을 김성일이 직접 말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쪽이 훨씬 식견이 있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다른 방향으로, 조정에서 차분한 대책을 주도할 수 있지 않냐고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전 김성일에 대해 얘기할 때 항상 하는 말이 비판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비판을 할거면 제대로 하라고 합니다. 전쟁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오판일 수는 있으나, 그 동기를 당파싸움에 물들어 삐질하게 반대를 위해 반대를 한 것이라고 한다면 비판의 촛점이 한참 빗나간 겁니다.
그런데 김성일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햇다고 하며 그냥 비겁한 사람으로만 매도한 게 식견있다고요? 전 거기에 개견자를 쓰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