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vN의 <어쩌다 어른>에서 최진기의 동양화 특강에 심각한 오류가 지적되고, 결국 당사자가 방송출연 중단을 한 바 있다. 그 다음 차례가 설민석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주제로 시리즈 강연을 하였는데, 최진기만큼 크게 사고치진 않았지만, 한국사를 들려주는 남자, 한국사 열풍을 일으킨 사람으로 띄워지는 사람의 수준이라 보기엔 한참 부족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몇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 초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순신이 초심을 간직한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임진왜란이 끝나갈 무렵 모두가 전쟁이 끝났으니 대충 넘어가려 할 때 이순신만이 철수하는 적을 막아 노량해전을 하였다가 강의했다. 그러나 실패로 끝나서 그렇지 조명연합군은 사로병진으로 일본군에 대해 마지막 대대적인 공격을 시도하였으며, 실패 후 전반적으로 전의를 잃고 유일하고 제대로 싸운 수로군을 주도한 이순신이 적극 싸우려 한 건 사실이나 노량해전은 그냥 철수하는 적을 막은 게 아니라 순천천왜교성에 고립된 고니시를 구하러 온 적과 싸운 것이니, 정확한 강의는 아니다.
그리고 붕당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과거에도 당리당략에 물든 정치인이 있었다며 사례로 든 게 김성일, 일본이 쳐들어올 지 여부를 서인이 쳐들어 온다니 반대했다고 말했다. 여기까진 그나마 흔히 알려진 이유라지만, 설민석이 여기서 덧붙이길 나중에 다른 동인들이 정말 전쟁 안 나냐고 묻자 "서인이 전쟁난다고 하는데 반대로 말해야지."라고 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인간으로 낙인 찍었다는 것.
같은 동인이 나중에 물었다는 비슷한 내용은 <징비록>에 나오는데 여기서 김성일은 "민심이 어지러워지는 걸 경계해서"라 대답하였다. 설민석이 말한 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이 때의 발언은 비판핟라도, 개전 후 김성일의 행적은 분명 나라를 위해 헌신한 거였다.
뭐 이상의 내용들은 보통 사람이 말한 거라면 별로 문제될 건 아니다. 위인전에서 흔히 보던 내용이니까. 그런데 설민석은 한국사 전문가로 방송 타는 사람. 그것도 이순신 책을 쓴 이력도 있다. 그런 사람이 노량해전이나 김성일에 대해 저리 말한 건 한참 부족한 거다.
그 박에 진시황이 불로초 보낸 서복이 제주도에 왔단 전설이나 장희빈이 경종 고자 만들었단 야사 말하면서 전설이나 야사라는 전제를 하지 않아 그냥 사실로 인식할 수 있게 말하는 자잘한 오류가 꽤 있었다. 최진기처럼 크게 이슈화시켜 비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일반적인 오해를 그대로 담는 내용이 많아 추천하고 싶진 않은 강의였다. 수능강사로서는 훌륭했을지 모르지만, 대중의 역사교양을 높여줄 강사는 아니다.
최진기처럼 큰 사고가 아닐 뿐이지 한국사를 알려주는 남자라고 자처하기엔 부족한 게 많은데, 여전히 그는 한국사 전문가로 방송을 탈 것이다. 설현 지민이 안중근 의사를 몰라본 것 보다 이 쪽이 주는 문제가 더 큰데도 불구하고.
그러니 인문학이나 역사를 알고 싶다면 그런 방송보고 알았다고 만족하지 말고 '제대로 된' 책을 찾아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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