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실록으로 본 누르하치의 파병 제안 이순신/임진왜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누르하치는 조선에 파병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것을 여진족이 조선을 부모의 나라로 섬긴 증거고, 조선과 여진은 동족인데 사대적인 조선이 멍청하게 이 제안을 물리쳤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누르하치가 이렇게 제안했다고 하기도 합니다.

 "부모의 나라를 침탈한 쥐새끼 같은 왜구들을 격멸하겠다"

 정말 감동적인 동족의식이군요. 그런데요, 저 서한 어디서 나온 걸까요? <선조실록>에 의하면 '병부(兵部)가 요동 도사(遼東都事)를 시켜 자문을 보내왔는데'라며 누르하치가 조선에 직접 서한을 보낸 게 아니라 명나라 병부에 파병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에 여진(女眞)의 건주(建州)에 사는 공이(貢夷)와 마삼비(馬三非) 등이 하는 말에 의거하건대 ‘우리들의 땅은 조선과 경계가 서로 연접해 있는데 지금 조선이 왜노(倭奴)에게 벌써 침탈되었으니, 며칠 후면 반드시 건주를 침범할 것이다. 노아합치(奴兒哈赤) 휘하에 원래 마병(馬兵) 3∼4만과 보병(步兵) 4∼5만이 있는데 모두 용맹스런 정병(精兵)으로 싸움에는 이골이 났다. 이번 조공에서 돌아가 우리의 도독(都督)에게 말씀드려 알리면 그는 충성스럽고 용맹스러운 좋은 사람이니 반드시 위엄찬 화를 내어 정병을 뽑아 한겨울 강(江)에 얼음이 얼기를 기다렸다 곧바로 건너가 왜노를 정벌 살륙함으로써 황조(皇朝)에 공을 바칠 것이다.’ 했습니다. 이 고마운 말과 충의가 가상하여 그들 말대로 행하도록 윤허함으로써 왜적의 환란을 물리치고자 하나 단지 오랑캐들의 속사정은 헤아릴 수가 없고 속마음과 말은 믿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저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이니 선뜻 준신하기 어렵습니다.”
선조 30권, 25년(1592 임진 / 명 만력(萬曆) 20년) 9월 17일(갑술) 4번째기사


 조선에 파병을 해서 부무의 나라를 구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라 황조, 그러니까 명나라에 공을 바치겠답니다. 하지만 조선 정부는 여진족을 신용할 수가 없어서 이를 거부합니다. 그럴만도 한 게, 여진족들이랑 싸운 것도 여러 번. 이순신만해도 여진족 대상으로 전투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누르하치의 건주여진이랑은 교류가 끊긴 지도 오래라 쉽게 믿을 수 없죠.

 1598년 초에도 건주여진은 다시 파병은 제안하지만, 이번에도 조선은 명나라를 통하여 이 사실을 확인 합니다. 누르하치의 파병제안을 선조가 등신 같아 거절햇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당대의 명신 이원익이 등장합니다.

접반사 이원익이 형 군문(邢軍門)에게 묻기를,
 
“건주 달자(建州㺚子)들이 왜노와 싸우기를 청하였다는데 그렇습니까?”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그와 같은 일이 과연 있었소. 다만 그대 나라에서 기꺼이 허락할 것인지 모르겠소.”
 
하자, 답하기를,
 
“이들 역시 왜노와 마찬가지이니 달자를 뽑아다가 왜노를 죽이는 것은 한 왜노를 더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 말을 듣고 놀라와하고 있는데 어찌 기꺼이 허락할 리가 있겠습니까.”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그대 나라의 뜻이 그렇다면 내가 개유(開諭)하여 허락하지 않을 것이오.”

하였다

선조 98권, 31년(1598 무술 / 명 만력(萬曆) 26년) 3월 9일(갑오) 4번째기사

 
여전히 명을 통해서 파병의사를 확인하고 여진족을 신뢰하지 않아 거절하고 있군요.
 
 임진년과 무술년 두 번 모두 파병을 성사시키지 못하지만, 누르하치가 이를 재차 추진한 흔적은 없습니다. 그냥 찔러본 수준에 가깝죠. 그렇게 왜노들을 격멸하여 부모의 나라를 구하고 싶어 안달이 난 거면 여러번 추진할만 한데요.

 이 파병제안에 대해 학자들은 진심으로 파병을 하려 했다기 보다는 명나라 중심 국제질서에 정식으로 이름을 알리고 데뷔하면서 힘을 키우는 게 목적이었을 거라고 분석합니다.

 누르하치가 정말로 조선을 부모의 나라라고 말했다고 해도 사대교린의 외교질서 속에서는 약자가 강자에게 쓰는 표현일 뿐.  여진은 점차 힘을 키워 조선왕과 동급으로 올라서려 하다가 결국 후금을 건국, 후금이 청으로 국호를 바꾸고 조선은 청에 대해 다들 아시는대로 조선이 청을 모시는 상황으로 가죠.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한 사항은 임진왜란, 동아시아삼국전쟁-12. 임진왜란과 누르하치(계승범)을 참고하시길. 아예 전문적으로 이 부분을 다룬 책을 원하시면 한명기 교수의 임진왜란과 한중관계를 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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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明智光秀 2009/09/16 00:25 #

    애휴~
    단순 떡밥들에 질렸습니다.
    그런 떡밥들이 모여서 책이 나오는건 다반사고...
    제 주력취미인 일본쪽 이야기로 가면... 책이란게 유언비어 생산을 하고 앉았고. ㅡ.ㅡ;;;
  • 을파소 2009/09/16 00:32 #

    일본쪽 관련으로 보면 분명 떡밥인 거 같은데 내공부족으로 반론을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 아케치경감님 같은 분이 나서주셔야..^^:
  • asianote 2009/09/16 00:53 #

    책을 내셔야 합니다.
  • 정호찬 2009/09/16 00:25 #

    뭐, 기마민족이라면 일단 우리민족이라고 보는 사람들이니까요. -.-;
  • 을파소 2009/09/16 00:34 #

    그리고 반드시 우리가 종가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밑에 들어가는 건 또 불합리입니다. 대동아공영권의 리메이크 버전이죠.
  • 슈타인호프 2009/09/16 00:45 #

    이브닝에 보내시는 겁니다 ㅋㅋㅋㅋ
  • MessageOnly 2009/09/16 00:46 #

    이순신장군의 1차 백의종군이 그 조선을 '부모의 나라'로 여긴다는 사람들 때문아니었던가요?; (...)

  • asianote 2009/09/16 00:53 #

    일제의 대동아 공영권 이야기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 초록불 2009/09/16 01:31 #

    뿌리가 같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카피본이거든요. 이 인간들이 역사학계가 식민사관을 카피한다고 그렇게 떠든 이유 자체가 사실은 자기들이 카피했기 때문에 남도 그러는 줄 알았던 것이지요.
  • asianote 2009/09/16 01:36 #

    헉, 그럼 동족혐오?
  • 드라큘라백작 2009/09/16 02:43 # 삭제

    뉴스를 보니까 중국판 환빠가 등장 했습니다. 재미중국인이라니 미국까지 진출했다고 해야하나...하여간 저놈의 환빠정신은 국적을 안가리는 군요.

    在美 중국학자 "여진족 후손" 주장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달라이 라마 대우 문제 등으로 사사건건 중국과 마찰을 빚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 북방민족의 후예라는 주장이 재미 중국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중국의 북방 역사학자 주쉐위안(朱學淵)은 대만에서 발행되는 '역사월간' 9월호 기고문을 통해 사르코지 대통령이 중국 북방민족인 여진족의 후손이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황하유역에 출현했던 '사오하오'족의 후예가 된다고 주장했다.

    주쉐위안은 이 기고문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성(姓)을 근거로 조상을 추적하면 어렵지 않게 그가 유럽으로 건너간 중국 북방민족 후손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 부친인 팰 사르코지(Pal Sarkozy)는 헝가리 귀족 출신으로, 그의 헝가리식 풀 네임인 '나기-보차이 사르코지 팰(Nagy-Bocsay Sarkozy Pal)'을 해석해보면 그가 기원전 황하 일대 중원(中原)에 출현했던 사오하오족에서 분화돼 나온 여진족 후예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나기(Nagy)'는 헝가리어로 '다(大)'를 뜻하고 '보츠(Bocs)'는 여진족의 성씨(姓氏)인 '푸차(浦察)'를 지칭하기 때문에 '나기-보츠(Nagy-Bocs)'는 고대 여진족의 촌락이었던 '다푸차(大浦察)'를 가리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해석대로라면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친인 팰 사르코지의 풀 네임은 '다푸차 마을 사르코지 집안의 팰'로 풀이 될 수 있다.

    그는 또 팰 사르코지의 어머니, 즉 사르코지 대통령의 조모인 '차포디 토트 카타린(Csafordi Toth Katalin)'의 친정 성인 '토트'는 헝가리 최대 성씨로, 여진족인 '퉈터(拓特)' 씨족의 헝가리식 발음이며 차포디는 이 씨족의 근거지였던 촌락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보고 있다.

    토트 씨족이 터를 잡았던 촌락 차포디의 지명은 중국 위서(魏書)에 등장하는 여진족 인물 '션베이치푸(鮮卑乞伏)'의 '치푸'에서 기원 됐다는 게 주쉐위안의 해석이다.

    그는 이를 근거로 팰 사르코지 선조는 유럽에 진출해 헝가리의 '다푸차'와 '차푸디'에 터를 잡았던 여진족의 후손이라고 결론 내린다.

    그는 중국의 북방민족 가운데 지금도 사르코지와 비슷한 발음의 성씨가 있다는 점도 사르코지 대통령이 중국 소수민족 후예라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신장(新疆)의 시보(錫伯)족 가운데 '싸구(薩孤)'라는 성이 있는데 고대 여진족들은 습관적으로 '즈(子)'를 붙여 '싸구즈'라고 불렀으며 이들이 헝가리로 넘어가면서 사르코지로 불리게 됐다는 것.

    헝가리 성씨 가운데 사르코지와 발음이 유사한 '사르호(Sarho)' 성씨 역시 중국 역사서 오제본기(五帝本紀)에 등장하는, 기원전 중국 황하유역에 살던 '사오하오' 성씨에서 유래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고대 사오하오 씨족의 후손인 여진족이 중국의 서역을 통해 유럽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사르코지와 사르호라는 성으로 분화됐고 이들 가운데 헝가리에 터를 잡은 사르코지 일가에서 프랑스의 대통령이 배출됐다는 주장이다
  • 들꽃향기 2009/09/16 03:08 #

    비슷한 사례로 섬라(샴)이 중국에 임란 지원군을 파병하겠다고 설레발을 친 적이 있죠. 당시 샴은 중국 광동에 미곡을 수출하고 있었고 여기에 국가경제의 상당부분이 의존하고 있었으니깐요.

    마찬가지로 당시 누르하치 역시 명과의 무역통행증을 부하들에게 포상으로 나누어줄 정도로 명과의 무역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의 파병의도도 샴과 비슷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따름이죠. 근데 그것을 동족의식의 발로라 ㄲㄲ
  • TSUNAMI 2009/09/16 07:10 # 삭제

    아, 조선을 부모의 나라로 섬겨서 자기들끼리는 절대 노비로 안 삼고 한족과 조선인만 약탈해서 노비로 거래했군요.(음음음)
  • 백합과수국 2009/09/16 09:49 # 삭제

    이거 원 불멸의 대동아공영권이네요....

    하하 일제나 환빠나 언제나 대가리 할려는 ㅋㅋㅋㅋ...

    꼭 형님, 부모, 짱 이런거 해야 되나요? ㅎㅎ 용의 꼬리보단 뱀의 머리가 낫다는 속담때문인가?

    제가 좋아하는 중국속담(?)에 이런게 있지요.. 나무로서 축이 되지 말고 사람으로서 머리가 되지마라... = 굽은나무가 선산지킨다???? = 왕조탕탕왕조평평 = 동북아균형자론(응?)
  • 운석 2009/09/16 10:12 #

    못 믿을 놈, 안 믿은 것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 끝!
  • 어릿광대 2009/09/16 14:54 #

    그냥 "떠본거"였군요
  • 을파소 2009/09/16 21:37 #

    슈타인호프/누르하치는 선덕여왕보다 덜 대중적이라...

    MessageOnly/그랬죠.

    asianote/비슷비슷하니까요.

    초록불/침략할 힘이 없다는 게 다를 뿐이죠.

    드라큘라백작/이집트=이집의 터라는 게 생각나는군요. 그쪽도 참 징합니다.

    들꽃향기/저들이 보면 고구려나 백제의 후예라고 우길지도 모릅니다.

    TSUNAMI/패륜아라서 그런가봐요.

    백합과수국/짱 먹는 게 최고로 아는 거 같습니다.

    운석/정답입니다.

    어릿광대/그런 셈이죠.
  • 마루치 2009/11/24 11:23 # 삭제

    혹 옛 속담에 "3일 공부해서 만주 역관 된다" 란 말 들어본적이 있는지?
    그만큼 옛 만주어 (여진말) 이 조선인이 배우기 쉽다는 말이죠.
    같은 퉁구스 계이고... 여진이 활동하던 지역은 바로 고조선과 고구려의 그 땅... 아... 고구려/발해 망하니까 그 땅에 뚝 떨어진 족속인가요? 하늘의 민족인가 보군요.

    선조가 등신인건 맞는데.. 임진왜란 전, 그 동안, 그 후에 일을 봐도 모르나요?
  • 을파소 2009/11/25 00:05 #

    임진왜란 전, 그 동안, 그 후에 일을 보여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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